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너저분한생각들

조카랑



어느날 삼촌이 6개월짜리 조카를 만난다.
뭐가 좋은지 방실 방실 웃으며 삼촌을 쳐다본다.
녀석... 벌써부터 남자보고 웃긴~
삼촌은 생각한다. 뭐 이해한다 이해해.

삼촌이 아기를 보는건지, 아기가 삼촌을 보는건지 구분은 않가지만
문득 삼촌이 떠든다.

'어이~ 애기!! 한 6개월 살아보니 어때?! 나길 잘했는거 같아?!'

'아~까아...'

뭐라 한글로 쓰기가 힘들어지는 옹아리를 해대며 활짝 더 웃는다.

'뭐야?! 좋다는거?! ㅋㅋ 하긴 좋을것 같긴해~ 다들 널 보면 이쁘다고 난리고,
때되면 알아서 먹여주고, 재워주고, 씻겨주고, 보듬어주고...
그러다 뭐 맘에 안드는거 있음 막 울어제껴버리면 다들 난리잖아~
어떨때보면 왕이 않부러울꺼같어!! 어찌나 극진히들 모시는지..'

녀석 뭘 알아듣기는 하는건지 두눈 동그랗게 뜨고 삼촌을 바라보고 있다.
그모습 보고 신이 났는지 삼촌은 더 떠들어댄다.

'삼촌이 말이야~ 너보다 한 60배 정도 더 살아봤더니 말이지....
그러게.. 나도 첨엔 참 즐겁고 좋은게 많았던거 같은데, 지금 생각해도 좋은 기억들이 
막 막 뜬구름처럼 떠오를거 같아!! 명확히 기억은 않나지만 말이지...'

주책 맞은 삼촌, 6개월 조카 옆에서 무슨 세상사를 읊조리려는지 원~

'그런데 언젠가부터 그리 재미있지만은 않더라고, 인생이라는게 삶이라는게,
생활이라는게.. 뭔가 막 하는거 같긴한데, 뭘 하는지?! 무엇을 위해 하는지?!
모르겠더라고. 넌 아직 어려서 몰라~ 그런말 들어서 크면 알줄 알았더니 
아직 더커야 하는가봐~ ㅋㅋ'

흠... 삼촌때문에 괜히 씁씁해진다.

'그래서 한번은 친구들과 술한잔 하면서 그런 얘길 해봤어~ 뭐 뭔지 모르겠는데
힘들다고, 뭔가 해야할거같은데 모르겠다고, 왜 그래야하는지?! 그게 뭔지?!
그랬더니 녀석들 위로랍시고  뭐라는지 알아?!'

삼촌이 조카에게 묻는다.
조카는 이미 다른데 쳐다보고 있다. 이야기가 재미 없는 모양이다.
그만할까?! 망설이던 삼촌...

'나중에 언제라도 기억에 날때 다시 한번 되새겨봐!! 엄청난 조기교육 해주는거야~!!
나중에 기억나면 엄마한테 자랑해!!'

저런 말도 않되는 소릴 짓거리며 삼촌은 마저 떠든다.

'그랬더니 말이야...'
'친구놈들 한다는 소리가..
다들 그래~ 다 그러면서 사는거지'
이러더란다.

'아니 다들 그러니까 나도 그래야한다는건가?! 뭐가 그래??
그러면 뭐가 재밌고 뭐가 의미 있는거야?! 남들 다하는거 나도 할 뿐인데...
바다에 물한바가 더 붓는다고 바다에 흔적이나 남겠어?!'


흠.....
저 삼촌... 가을 타나보다. 무슨 저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지... 에잉~
근데 맞는 말이긴하다.
내가 뭘 하는지?!
내가 왜 하는지?!
내가 무엇인지?!
왜?!
라는 스스로의 질문에 스스로 답하지 못한채 '나' 라는 존재는 어떤 가치를 가질 수 있을까?!